엔비디아, ‘AI 시대의 시스템 구축자’ …로보택시로 ‘AI 풀스택’ 입증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자율주행차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올해 1분기 미국 도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차량은 2분기 유럽, 하반기 아시아로 운행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이르면 내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단순 반도체 공급사를 넘어 자율주행 차량용 컴퓨터, 인공지능(AI) 모델, 시뮬레이션, 안전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완성형 자율주행 스택’을 실제 양산 차량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는 차량 소프트웨어 운영과 업데이트를 장기간 직접 담당하는 구조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21년부터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프로세서 ‘오린(Orin)’ 기반 듀얼시스템과, 센서 입력부터 조향·제동까지 전 과정을 한번에 학습하는 엔드투엔드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Alpamayo)’가 적용됐다.

황 CEO는 안전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그는 “알파마요는 모든 판단을 AI에만 맡기지 않는다”며 “AI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으로 자동 전환되는 이중 안전구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차량은 유럽 신차 안전평가 프로그램(NCAP)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등급을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AI 풀 스택 전략’을 입증하는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황 CEO는 “자율주행차는 학습, 추론,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가장 복잡한 AI 시스템”이라며 “칩부터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두 직접 설계해야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산업이 약 10~15년 주기로 반복되는 대전환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메인프레임, PC, 인터넷, 클라우드, 모바일로 이어진 플랫폼 전환에 이어, 현재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산업구조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시키는 것이며, CPU가 아닌 GPU에서 실행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로 지난 10년간 구축된 약 10조달러(약 1경4441조원)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가 AI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있으며, 해마다 수천억달러 규모의 벤처 투자와 산업계 연구개발(R&D) 예산이 기존방식에서 AI 기반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컴퓨팅 현대화와 R&D 예산 이동이 AI 투자의 핵심재원”이라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주요 흐름으로는 ‘추론(Reasoning)’과 ‘에이전트 시스템’의 확산을 꼽았다. 챗GPT 등장이후 실시간 사고를 의미하는 ‘테스트 타임 스케일링’이 본격화되면서, 더 오래 추론할수록 더 나은 답을 도출하는 구조가 자리잡았고 이에 따라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AI의 진전도 언급했다. 젠슨 황 CEO는 “오픈 혁신이 활성화되면 AI는 어디에나 확산된다”며 “딥시크 R-One과 같은 추론형 오픈 모델의 등장이 글로벌 흐름을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픈 모델은 최첨단 모델보다 약 6개월가량 뒤처져 있지만, 그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직접 AI 모델을 구축·제공하는 ‘모델 빌더’ 전략도 제시했다. 황 CEO는 DGX 클라우드를 통해 AI 슈퍼컴퓨터를 운영하며, 단백질 생성과 구조 예측, 날씨 예측, 문서 이해, 음성 인식, 검색 등 다양한 분야의 모델을 오픈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학습 데이터와 모델을 함께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Physical AI)’였다.  황 CEO는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구현을 위해 학습용, 추론용, 시뮬레이션용 컴퓨팅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와 세계 이해 기반 모델 ‘코스모스’를 활용해, 현실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합성 데이터로 보완할 계획이다.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로는 새로운 아키텍처 ‘베라 루빈(Vera Rubin)’을 공개했다. 베라 루빈은 ‘베라 CPU’와 ‘루빈 GPU’를 처음부터 통합설계한 구조로, 데이터 공유 속도와 지연 시간을 대폭 개선했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 대비 추론성능은 5배, 전체 시스템 기준 학습성능은 3.5배 향상됐다”며 “이미 풀 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더 이상 칩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칩부터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까지 AI 전 스택을 재창조하는 회사”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자율주행차 도로 투입 일정, AI 모델 공개, 차세대 아키텍처 양산계획을 한 무대에서 제시한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가 스스로를 ‘AI 시대의 시스템 구축자’로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