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모바일 폼팩터를 둘러싼 경쟁이 ‘웨어러블 인공지능(AI)’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손목·얼굴·가슴 등 신체에 밀착하는 기기를 중심으로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면서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메타는 최근 코드명 ‘말리부2(Malibu 2)’로 불리는 스마트워치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지난 2022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단했던 하드웨어 개발을 약 4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타가 올해 첫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의 전략은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선다. 이미 상용화된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와 연계해 AI 비서 활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글래스가 시각정보를 담당한다면, 스마트워치는 제어·입력 및 생체신호 수집을 맡아 AI 기능의 완성도를 높이는 구조다.
여기에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Llama)’를 기기에 탑재해 스마트폰 없이도 독립적인 AI 경험을 구현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역시 포스트 스마트폰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일기기 중심이 아닌 스마트글래스·AI 펜던트·카메라 탑재 이어폰 등 ‘삼각편대’ 전략으로 접근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내부 코드명 ‘N50’로 알려진 스마트글래스는 AR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카메라·마이크·스피커를 중심으로 설계돼 경량화와 디자인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사용자가 보는 사물을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해 음성으로 설명하는 ‘비주얼 인텔리전스’ 기능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개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문서 이해, 일정 정리, 운전 중 내비게이션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안경 착용을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를 위한 AI 펜던트와 카메라를 장착한 ‘에어팟’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련제품의 출시 일정은 내부 검토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차세대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글래스를 통해 과거 ‘구글 글래스’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24년 구글 I/O에서 공개한 멀티모달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기반으로, 오디오 중심 모델과 AR 디스플레이 모델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세대 스마트글래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XR 헤드셋 ‘갤럭시 XR’에 이어 스마트글래스 형태의 ‘프로젝트 해안’을 예고하며 제품군 확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AI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웨어러블 AI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 일상에 가장 밀착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기기가 곧 차세대 플랫폼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과거 웨어러블 기기가 단순 알림이나 활동량 측정에 머물렀다면, 차세대 제품은 AI와 결합해 ‘보이지 않는 비서’ 역할을 지향한다. 화면이 최소화되거나 사라지는 ‘스크린리스(Screenless)’ 환경에서 AI가 사용자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구조다.
업계는 올해부터 내년까지가 AI 웨어러블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부처는 기술 경쟁력을 넘어,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