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농협중앙회에 대한 정부의 특별감사 결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핵심 간부들이 선거 관련 금품 제공 등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있는 14건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강 회장과 핵심 간부 관련 사안은 6건이다.
강 회장이 지난 1월 정부의 특별감사 결과 중간 발표 후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부가 이번 조치로 위기에 몰렸다.
강 회장, 10돈 황금열쇠 받아…직상금 40억원 직접 집행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등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월 26일부터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감사원, 공공기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감사반을 구성해 특별감사를 진행해 왔다.
발표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4년과 지난해 농협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 등에게 제공할 선물과 답례품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답례품 등으로 지출한 비용은 4억9000만원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에는 조합장들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의 황금열쇠 10돈(당시 580만원 상당)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의 독단적인 조합운영도 확인됐다. 지난해 중앙회·경제지주 이사회가 경제지주 스마트농업 로컬팀의 중앙회 이관을 의결했지만, 강 회장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농협은 이와 함께 최근 5년간 포상금의 일종인 직상금 75억원을 객관적인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부서에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75억원 중 39억8000만원은 강 회장이 지급했다.
강 회장과 임원들은 또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많은 퇴직금을 받았다.
감사 결과 중앙회장 및 상임임원 퇴직금은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고 자의적 절차로 지급됐다. 신협의 경우 중앙회장은 퇴직금이 없고, 중앙회나 산림조합중앙회 등은 일반 직원과 같았다.
기준을 초과하는 고가의 사택에 거주한 사실도 확인됐다. 강 회장은 2024년 3월 전용면적 기준(60㎡)을 위반한 84.98㎡의 사택을 전세 계약했다. 전세보증금은 상한선(5억원)보다 7억원이 많은 12억원에 달했다.
특히 농협재단의 핵심간부 A씨는 농협 홍보용 쌀국수 구매 대금과 농업인 자녀 모종세트 지원 등의 사업비를 유용해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으로 4억9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쌀소비 촉진 캠페인’ 등 사업비를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를 구매하고, 자녀 결혼식 비용 등으로 1억 3000만원을 유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직원 2명은 A씨의 지시로 사택 가구를 구매하다가 자금을 빼돌려 350만원 상당의 명품 커플링을 샀다.
자회사 인사 개입도 감사에서 지적됐다. 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등은 인사권이 없는데도 농협은행 등 직원과 인사 상담을 하고 인사총무부는 상담 결과를 농협은행 등에 전달했다.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거액을 대출하는 등 특혜성 대출·투자 사례가 적발됐고, 중앙회·자회사가 서로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비정상적 특혜성 계약도 확인됐다.
특히 부적정한 수의계약 관행도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만한 예산 집행 다수 적발…내부통제 장치 작동 안 해
방만한 예산 집행도 다수 적발됐다. 비상임이사에게 취임 시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연봉과 별도로 5000만∼6000만원의 활동 수당을 지급했으며, 이사회를 열 때마다 50만원의 심의 수당을 제공했다.
2022년 대의원대회에서는 참석 조합장 1100명에게 204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중앙회 임원에게는 퇴직 시 공로금 1000만원과 500만원 상당 여행상품권, 순금 10돈 등이 전별금 명목으로 제공됐다.
조합운영협의회 기금이 워크숍과 송년회, 상품권 구입 등 사적 용도로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해외 연수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한 자회사는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고가 해외 연수를 진행해 2024년 호주 연수의 경우 1인당 지원액이 1000만원에 달했고, 일부 회원조합에서는 배우자 동반 해외 견학이나 외유성 연수도 진행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예산 관리와 내부 통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출 항목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예산이 전체의 60%에 달했고, 2024년에는 포상비·복리후생비 등 7개 항목에서 222억원이 초과 집행됐다.
회원조합의 비리와 부실 관리도 확인됐다. 한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소급 인하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해 분식회계로 재정 부실을 숨긴 뒤 당기순손실을 순이익 5억1000만원으로 허위 공시하고 4억4000만원을 배당했다.
비상임이사 배우자 업체와 특혜성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등 임원 권한 남용과 채용 청탁, 인사 규정 위반 사례도 드러났다.
특별감사반은 농협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내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핵심 간부의 비리나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운영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5명 가운데 3명이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며 이 가운데 2명은 현직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특별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적 사항과 관련해 제도 개선과 관리체계 보완을 추진하고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