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며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회사 측의 '업계 최고 보상 제안'에도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인 연봉의 50%를 넘기는 특별 포상안과 복지 확대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노조는 제도 자체를 바꿔 영구적으로 상한을 없애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가 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특별 포상'을 (노조에) 제안했다”고 임금협상 교섭 과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노조 측에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는 '다' 등급 직원 기준으로 경쟁사 동등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률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경영성과가 개선될 경우 OPI 50% 외에 추가로 25%를 지급, 최대 75%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경우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다. 사측의 제안대로라면 DS부문 직원들은 기존 OPI 제도의 50% 상한선을 넘어서는 성과급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 13%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현행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아닌 영업이익 10%를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와 동일하게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직원수가 더 많은 메모리사업부 소속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률이 더 낮아질 수 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총 6.2%의 임금 인상률(기본급 4.1%, 성과급 2.1%)와 최대 5억원의 직원 주거안정 지원 제도 도입, 자녀출산축하금 상향, CL별 샐러리캡 상향 등 복지 혜택 패키지도 추가로 제안했다.
6.2%의 임금 인상률은 최근 3년 평균 인상률인 4.8%를 상회한다. 주거 안정 지원 제도의 경우 연 1.5% 금리로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어 주거비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 출산축하금은 기존 30만원·50만원·100만원에서 100만원·200만원·500만원으로 최대 5배 확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제안에도 성과급 제도 변경을 통해 영구적으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영업이익 10% 재원을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되, 적자 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해 달라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사업부별 이익 배분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를 제외한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은 기존보다 낮은 성과급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조합 요구안을 2025년 OPI 지급률에 대입해 보면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지급률은 47%에서 11%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 전체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교섭이 중단돼 매우 안타깝다”면서 “임금협상이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93.1%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직원 7만 명 이상을 조합원으로 확보한 초기업노종조합 삼성전자지부를 포함해 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총 9만 명이 공동투쟁본부에 소속돼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미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타이밍 산업’인데 호황기에 번 이익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불황기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능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