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100년…'렉라자 신화' 넘어 글로벌 톱50 도전

제약보국 신념으로 출발해 글로벌 신약기업으로 성장

'포스트 렉라자' 발굴 위해 글로벌 임상·기술투자 강화

[촬영 김성민]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오는 20일이면 유한양행[000100] 창립 100년이 된다.

독립운동가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양행은 지난 100년간 연구개발(R&D) 혁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기술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톱 50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사람 살리는 것이 우선”…불모지에 세운 제약사

13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유일한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독립 의지와 민족 자강 신념을 담아 지난 1926년 6월 종로에 제약회사를 설립했다.

유 박사는 앞서 미국에서 식품회사를 세워 성공을 거뒀으나, 당시 조국에서 일본 기업의 값비싼 약을 구하지 못해 전염병과 영양부족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며 약을 만드는 일로 나라에 보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회사 상징을 버드나무 그림으로 정했다. 이는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와 인연에서 시작됐다고 유한양행은 설명했다.

유 박사가 고국에 회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서 박사는 버드나무 목각 판화를 선물하며 ‘이 나무처럼 우리 민족에게 시원한 그늘을 주고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어 달라’는 뜻을 전했고, 유 박사는 평생을 ‘민족의 쉼터’와 같은 회사를 만드는 데 헌신했다는 것이다.

[유한양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유한양행은 창업자의 일대기로 잘 알려진 기업이기도 하다. 유 박사는 9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인소년병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자유대회에서 민족의 경제적·신체적 자립을 역설한 독립운동가다. 1940년대에는 미국 육군전략처(OSS)의 첩보 작전인 냅코 작전에 특수 요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창업자는 지난 1930년대에 국내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기업 성장의 결실을 구성원과 공유했으며 1969년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한 데 이어 1971년 영면하며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창업자의 이 같은 의지는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설립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윤이 사회로 되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고 유한양행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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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상비약 ‘안티푸라민’에서 최초의 국산 항암제 ‘렉라자’까지

유한양행의 R&D 역량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은 ‘국민 상비약’으로 꼽히는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부터 최초의 국산 항암제인 ‘렉라자’까지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립 초기부터 미국산 의약품을 수입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R&D를 진행해왔다. 지금도 사용되는 안티푸라민이 유한양행의 1호 자체 개발 의약품이다.

창업자는 당시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동포들에게 상비약을 보급하고자 의약품 국산화를 시도했다.

[유한양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유한양행은 창립 10년이 된 1936년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 화학자를 국내 공장 기술책임자로 초빙해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어 1960년대에는 비타민B 복합제 ‘삐콤정’을 출시했고 1980년대에는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한 영양제 ‘삐콤씨’를 내놨다.

지난 1980년대 중앙연구소를 세우고 신약 개발에 힘써 왔던 유한양행은 2000년대 들어서는 벤처기업 등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039200]에서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했고 자체 임상을 거쳐 2021년 최초의 국산 항암제로 렉라자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얀센 바이오테크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권을 수출하며 주목 받았다.

이후 렉라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글로벌 폐암 치료의 표준으로 활용되는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유한양행 측은 “렉라자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제약 변방에서 신약 강국으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이정표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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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대사질환 치료제 등 ‘포스트 렉라자’ 발굴 나서

회사는 렉라자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2조1천86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11%인 2천424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포스트 렉라자’ 발굴을 위해 항암, 면역·대사질환 분야의 글로벌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 신약 후보 ‘레시게르셉트’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고셔병 등 희귀질환 분야 후보 물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측은 “100년간 이어온 ‘우수 의약품 생산’이라는 원칙을 고도화된 바이오 기술 투자로 연결해, 글로벌 톱 50 제약사를 향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