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수요둔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수익성 중심 성장’과 ‘사업 다각화’를 공통전략으로 내세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전기차 중심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비(非)전기차 분야 확대, 투자 효율화 등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성장 속도보다 수익성과 체질개선에 방점을 찍은 전략 전환이다.
이같은 변화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맞닿아 있다. 배터리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전기차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외형성장 중심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이제는 수익구조와 사업 안정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한다.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분야는 ESS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 신규 수주목표를 역대 최대인 90GWh 이상으로 제시하며 공격적인 시장 선점의지를 드러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ESS를 수익성 개선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전력망 안정화 수요확대와 재생에너지 확산흐름 속에서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밸류 시프트(Value Shift)’ 전략을 통해 사업구조 자체를 재편한다.
오는 2030년까지 ESS 등 비전기차 사업 매출비중을 40% 중반까지 끌어올려 수익기반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비중국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처라는 점을 활용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투자 전략 역시 변화한다. 설비투자(Capex)는 지난 2024년을 정점으로 점진적으로 줄이고, 수익성 중심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개선과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 확보가 목표다.
동시에 전고체, 소듐이온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응용처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전기차와 ESS를 넘어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규시장으로 수주를 다변화한다.
미국에서는 각형 LFP 배터리를 적용한 ‘SBB 2.0’ 양산을 통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극대화하고 수익성 개선을 도모한다.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도 속도를 낸다. 전고체 배터리를 내년 양산해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나트륨, 리튬메탈 배터리 등 미래기술 확보와 함께 특허중심 경영을 강화해 기술 장벽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병행한다.
북미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최대 1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의지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체질 개선에 집중한다. 단순 물량확대 대신 수익성 중심 수주와 생산전략으로 전환하고, 자본 효율성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ESS 역시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 지난해 미국 프로젝트 수주에 이어 북미 ESS 사업확대를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장용호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구조개편을 주도할 ‘전략형 리더’를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SK온의 재무 건전성 확보와 고강도 리밸런싱을 위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전략 변화는 단순한 사업확장을 넘어 배터리 산업의 경쟁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생산능력 확대와 수주규모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수익성·기술력·시장 다변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다.
향후 관건은 실행력이다. ESS 시장 선점과 신규 응용처 확대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의존도를 얼마나 빠르게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기업 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