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금조달 기반 확대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제출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자금확보와 기업가치 재평가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급성장하는 AI 메모리 시장과 맞물려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용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공정 전환에 필요한 투자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부족 현상이 오는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HBM 시장에서 50% 중반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20%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적 역시 격차가 크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마이크론 24조2000억원을 2배 가량 웃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마이크론이 2배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미국 프리미엄’에 따른 구조적 저평가로 보고 있다. 이번 ADR 상장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ADR은 국내에 보관된 원주식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거래되는 대체증권이다. 해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 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행사에서 “글로벌 투자자에게 더 넓게 노출될 수 있다”며 상장 검토배경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상장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신규주식 발행을 통한 ADR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존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은 최근 자사주 소각으로 현실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규발행 방식은 지분 희석이 발생하는 대신, 회사로 직접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추진중인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선택지로 평가된다.
다만 기존주주가 보유주식을 예탁해 ADR을 발행하는 방식이나, 예탁기관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구조도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지분 희석은 없지만 기업으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단순한 자금조달을 넘어 ‘시장 지위 재정립’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ADR이 거래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투자자금이 마이크론 중심에서 SK하이닉스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AI 반도체 투자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HBM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확보되는 자금은 대규모 설비투자에 투입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 600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극자외선(EUV) 기반 선단공정 전환과 생산능력 확대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이번 ADR 상장은 ‘자금 확보-투자 확대-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AI 메모리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 경쟁단계에 들어간 만큼, 자금력과 글로벌 투자기반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시기와 공모 규모 등 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내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확대될 경우,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