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리스크 확대 ‘불똥’…AI 반도체 기판 공급망 ‘경고등’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고성능 기판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프타 수급 불안이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로 떠올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는 생산능력 부족을 넘어 원재료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차질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배경에는 중동 정세 불안이 있다. 최근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공급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다.

한국은 전체 수요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이 중 70% 이상이 중동산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물동량의 핵심 통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 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반도체 기판산업이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기판은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서버용 제품일수록 다층 구조와 미세 공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 에폭시 레진 등 고기능성 화학소재가 필수적으로 쓰인다.

나프타는 이들 소재의 출발점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에 사용된다. 원료가격이 흔들리면 곧바로 소재 가격과 생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특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처럼 FC-BGA 등 고부가 기판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들에는 민감한 변수다. AI 서버용 기판은 고집적·고신뢰성이 핵심이다.

소재 품질 의존도가 높고 공급처도 제한적이다. 특정소재의 수급 불안이 곧바로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기판을 단순 부품이 아닌 ‘정밀 화학제품’으로 본다. 절연층과 빌드업층에 쓰이는 ABF 등은 고도의 화학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이 때문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변동은 단순 원가상승을 넘어 품질과 수율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반면 모든 부품이 동일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세라믹과 금속소재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같은 반도체 부품이라도 소재 구조에 따라 리스크가 다르게 작용하는 셈이다. 최근 MLCC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격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고와 계약구조 덕분에 충격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나프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AI 서버용 부품은 이미 공급부족 상태다. 일부 원가 상승은 제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변수는 ‘설비’에서 ‘원료’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소재 다변화와 장기공급 계약이 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될수록, 기판을 둘러싼 화학소재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