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움직임 확대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를 검토하며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에 나서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지분 인수 등 디지털 자산 사업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다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미래에셋그룹의 선제적 투자 이후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월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2691만주를 1335억원에 취득하며 지분 92.06%를 확보했다.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사업자의 분리를 요구하는 ‘금가분리’ 규제를 고려해 증권사가 아닌 계열사를 앞세운 구조다.

이후 3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코빗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인수 절차는 1차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들이 규제 부담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인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 확보 필요성이 자리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시스템과 지갑 보안 기술을 오랜 기간 축적해 왔다.

이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경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인수를 통해 단기간 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자산관리(WM) 사업의 디지털 전환도 주요 요인이다. 전통 금융 자산과 가상자산을 결합한 포트폴리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의 서비스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 다수가 2030 세대라는 점에서, 이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거래소 역시 증권사의 자본력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다만 규제 환경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를 뜻하는 '금가분리' 원칙이 유지되다보니 금융사의 직접 진출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역시 금융당국 심사를 일부 통과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해당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인수 이후 지분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도 “규제 방향에 따라 투자 속도와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제도 정비와 당국 판단이 증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