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가상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사실상 하반기로 미뤄졌다.
핵심 쟁점인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당정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입법 지연으로 업계 규율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법안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당초 논의를 위한 당정 협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외부 변수로 일정이 순연되면서 주요쟁점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여야는 정부안 부재를 문제 삼으며 조속한 입법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1단계 이용자 보호 규제를 넘어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대주주 지분 제한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수준의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방향의 입법이 논의됐다.
개인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0%, 법인은 34%까지 허용하는 안이 거론된다. 다만 시장 충격을 고려해 일정기간 유예를 두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업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 대부분이 단일 또는 소수 대주주 중심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이후 지분구조 재편이 예상되는데, 현행 안이 적용되면 상당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
빗썸, 코빗, 고팍스, 코인원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영향권에 들어간다.
업계 반발도 거세다. 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지분 제한이 투자 위축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국내 사업자만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해당 규제가 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 쟁점도 제기한다.
정치권내 입장 차도 뚜렷하다.
여당은 지분 제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 조항이 유지될 경우 국회 통과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정 협의안 자체가 지연되면서 법안 논의 일정도 밀리는 흐름이다.
입법 공백의 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거래소 내부통제 문제에도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1단계 법으로는 감독 권한과 제재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잔고 검증, 다중 승인, 접근 통제 등 내부통제 기준과 검사·제재 권한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은 가상자산을 금융 인프라 수준으로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문제로 이어진다.
규제 강화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핵심이다.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합의가 늦어질수록 제도 정비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논의 재개 이후 규제 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